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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기장/2011

In Treatment





십 년 전에, 극본의 처음부터 끝까지가 적극적인 대화의 형태로 이루어졌지만 실은 인물들끼리 전혀 상대방의 말을 듣

고 있지 않는 연극의 한 역을 맡았다. 대사 가운데, 자신이 길게 늘어 놓은 이야기의 결말이 무언지를 물어보는 사람들

에게 '그것은 당신들이 찾아야 해요.'라는 것이 있었다. 관객은 둘째 치고 나 자신도 연극이 끝나도록 그 의미를 못 찾

았기 때문에, 결국은 '악어는 설탕을 먹어요'처럼, 혹은 연극의 제목이지만 끝내 등장하지 않는 '대머리 여가수'처럼,

그 극에 수없이 등장하는 의미 없는 말 중 하나로 치부하고 잊고자 했었다. 이제 와 되돌아 보면, 그 대사야말로 그 연

극의 핵심이자, 곧 대화라는 것의 핵심이 아니었을까, 라는 생각이 든다.


어젯밤 요새 열올리던 미드 <In Treatment>의 첫번째 시즌 마지막 에피소드를 보았다. 드라마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
 
무엇일까. 나는 '사람이 진짜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은 말 뒤에 있다'와, '그것을 알고 싶으면 일단 들어야 한다'라는 말

이라고, 내 마음대로 들었다. 대화란 무엇인가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권한다. 방송사는 HBO, 현재 3시즌
 
진행 중이다.